캐나다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눈이 많이 오고 겨울이 매우 추운 나라를 먼저 떠올립니다. 저 역시 캐나다로 이민을 준비할 때 가장 걱정했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날씨였습니다. 여러 도시를 비교해 본 끝에 밴쿠버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캐나다에서 가장 날씨가 좋은 도시"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캐나다의 다른 지역은 겨울철 기온이 영하 20~30도까지 내려가는 경우도 흔하지만, 밴쿠버는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많지 않아 비교적 온화한 편입니다. 하지만 직접 살아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비였습니다. 밴쿠버는 생각보다 훨씬 비가 자주 오는 도시였습니다. 오늘은 밴쿠버에서 실제로 생활하며 느낀 점을 바탕으로 계절별 날씨 특징과 옷차림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밴쿠버(Vancouver) = 레인쿠버(Raincouver)
밴쿠버는 사계절이 비교적 뚜렷하지만, 한국처럼 계절마다 기온 변화가 극단적이지는 않습니다. 겨울은 비교적 따뜻하고 여름은 덥지 않은 편이라 전반적으로 생활하기 좋은 기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 비가 정말 자주 내립니다. 1년 중 절반 가까이를 흐리거나 비 오는 날로 보낼 정도라서 처음에는 조금 놀랐습니다. 밴쿠버를 흔히 '레인쿠버(Raincouver)'라고 부르는데, 실제로 살아보니 왜 그런 별명이 붙었는지 금방 이해가 되었습니다.
특히 늦가을부터 초봄까지는 며칠 동안 해를 못 보는 경우도 있어 처음 정착한 분들은 생각보다 우울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저도 겨울철 날씨로 인한 우울함을 달래기 위해 실내 스포츠를 즐기거나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가지려고 노력 중이고, 한국에 방문할 일이 있으면 겨울에 가는 편입니다.
레인쿠버 생활의 필수품 중 하나는 바로 방수가 되는 '레인재킷'입니다. 한국에서는 비가 오면 자연스럽게 우산부터 챙기지만, 밴쿠버에서는 레인재킷 하나 걸치고 그냥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항상 우산을 들고 다녔는데 몇 년 살다 보니 가벼운 비 정도는 그냥 맞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우산보다 방수가 잘 되는 재킷과 신발이 훨씬 실용적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밴쿠버 계절별 날씨 특징과 옷차림
봄 (3~5월)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찾아오면 밴쿠버 전체가 활기를 되찾기 시작합니다. 3월까지는 비가 자주 내리고 기온도 쌀쌀한 편이지만, 4월부터는 화창한 날이 점점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하나둘 야외로 나오기 시작합니다.
특히 밴쿠버는 벚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한국처럼 벚꽃 축제가 열리는 분위기라기보다는 도시 곳곳의 공원과 주택가에서 자연스럽게 벚꽃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아 있습니다. 주말이면 공원에서 산책하거나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고, 겨울 내내 조용했던 해변도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합니다. 다만 봄이라고 해서 완전히 따뜻한 것은 아닙니다. 하루에도 날씨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얇은 겉옷 하나 정도는 항상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 추천 옷차림 >
- 얇은 패딩 또는 바람막이
- 긴팔 티셔츠
- 방수 재킷
- 운동화 또는 방수 신발
여름 (6~8월)
개인적으로 밴쿠버에서 가장 좋아하는 계절입니다. 여름이 되면 밴쿠버 사람들은 정말 밖에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야외활동을 많이 합니다. 해변에서 일광욕을 하거나 바비큐를 즐기고, 공원에서는 피크닉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카약이나 패들보드 같은 수상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해가 굉장히 길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저녁 9시가 넘어도 환한 날이 많아 퇴근 후에도 산책이나 운동을 즐기기에 좋습니다. 여름에는 각종 야외 축제와 공연도 많이 열립니다. 특히 매년 여름 열리는 불꽃축제는 밴쿠버를 대표하는 행사 중 하나로, 해변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여름밤을 즐깁니다.
또 밴쿠버의 여름은 한국처럼 습하고 끈적거리는 더위가 거의 없어서 체감온도도 훨씬 쾌적합니다. 최고기온은 대부분 25도 안팎이며 30도를 넘는 날은 많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이상기후로 폭염이 찾아오는 해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한국보다 훨씬 쾌적한 여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요즘 한국은 여름이 거의 동남아시아처럼 덥고 습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데, 여름만큼은 밴쿠버가 훨씬 살기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자외선은 정말 강합니다. 햇볕 아래에서는 생각보다 피부가 금방 타기 때문에 선크림은 꼭 바르는 것을 추천합니다.
< 추천 옷차림 >
- 반팔
- 반바지
- 얇은 셔츠
- 샌들 또는 운동화
- 선크림과 선글라스
가을 (9~11월)
9월까지는 여름 같은 날씨가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 "아직 여름인가?" 싶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10월부터는 비 오는 날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밴쿠버다운 날씨가 다시 시작됩니다. 나무들이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공원 풍경도 정말 아름다워집니다.
10월 말이 되면 할로윈 분위기가 도시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집 앞을 호박과 장식으로 꾸미는 가정도 많고, 아이들은 분장을 하고 "Trick or Treat"를 즐깁니다. 슈퍼마켓에서도 할로윈 관련 상품들이 한가득 진열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가을 중반부터는 비가 잦아지면서 야외활동보다는 카페를 찾거나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이 시기부터는 현지 사람들도 우산보다는 레인재킷을 자주 입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항상 우산을 들고 다녔지만, 지금은 가벼운 비 정도는 그냥 레인재킷 하나 입고 다니는 날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 추천 옷차림 >
- 얇은 니트
- 후드티
- 바람막이
- 레인재킷
겨울 (12~2월)
많은 사람들이 캐나다 겨울이라고 하면 끝없이 눈이 내리는 모습을 떠올리지만, 밴쿠버는 다른 지역과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겨울 대부분은 눈보다 비가 훨씬 많이 내리고, 흐린 날씨가 이어집니다. 특히 며칠 동안 해를 전혀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처음에는 생각보다 우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기온은 보통 0-10도 안팎이고 영하까지 내려가는 날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두꺼운 롱패딩보다는 숏패딩이나 방수가 되는 재킷을 입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눈이 아예 오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해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1년에 몇 차례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 있습니다. 그러면 평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밴쿠버는 언덕과 산이 많은 도시라 도로가 금방 미끄러워지고, 윈터타이어가 없는 차량은 운행이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폭설이 내린 날은 학교가 휴교하거나 출근 시간이 늦춰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제가 처음에 놀랐던 점은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눈이 많이 쌓이기 전에 자기 집 앞 인도를 바로 치운다는 것이었습니다.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집 앞 눈을 치우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아 있었고,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모습이라 인상 깊었습니다.
겨울은 스키와 스노보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다운타운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어도 조금만 북쪽 산으로 올라가면 눈이 쌓여 있어, 당일치기로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도시 곳곳에는 크리스마스 조명이 켜지고, 크리스마스 마켓과 다양한 연말 행사가 열립니다. 흐린 날씨가 이어지지만, 연말 분위기만큼은 정말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 추천 옷차림 >
- 패딩 또는 두꺼운 재킷
- 니트
- 목도리
- 방수 신발
밴쿠버는 캐나다에서 비교적 온화한 기후를 가진 도시지만, 실제로 살아보니 추위보다 비에 적응하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처음에는 두꺼운 겨울옷만 준비하면 될 줄 알았지만, 가장 자주 입게 되는 것은 오히려 레인재킷과 방수가 되는 신발이었습니다.
반면 여름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쾌적했습니다. 습도가 낮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해 야외활동하기 좋았고, 여름만 되면 '밴쿠버에 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저는 누군가 밴쿠버의 날씨를 묻는다면 "사계절이 있는 도시라기보다 비가 오는 계절과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계절이 있는 도시"라고 설명합니다. 겨울철의 잦은 비와 흐린 날씨만 잘 적응한다면, 기후만큼은 캐나다에서도 손꼽히게 살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