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에 처음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필요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은행 계좌였습니다. 집 계약을 하고 휴대폰을 개통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급여를 받거나 렌트비를 내기 위해서는 현지 은행 계좌가 꼭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주거래 은행을 정해 놓고 큰 고민 없이 통장을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캐나다에서는 조금 달랐습니다. 계좌 종류도 다양했고 은행마다 수수료 정책이나 제공하는 혜택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다 비슷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생활해 보니 사용하는 사람들의 성향에 따라 선호하는 은행도 조금씩 달랐습니다.
캐나다 정착을 준비하고 있다면 은행 선택부터 계좌 종류, 그리고 실제 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 금융 서비스까지 미리 알아두면 도움이 됩니다. 제가 캐나다에 처음 정착할 때 궁금했던 내용들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캐나다 5대 은행, 어떤 차이가 있을까?
캐나다에는 흔히 Big Five라고 불리는 5개의 대형 은행이 있습니다. TD, RBC, CIBC, BMO, Scotiabank가 대표적이며 대부분의 캐나다인과 이민자들이 이 은행들을 이용합니다.
TD Bank는 밴쿠버에서 생활하다 보면 가장 자주 보이는 은행 중 하나입니다. 스카이트레인 역 근처나 쇼핑몰 안에서도 쉽게 지점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은 은행입니다. 모바일 앱도 직관적인 편이고 ATM을 찾기 쉬워서 처음 캐나다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무난한 선택지로 꼽힙니다. 특별히 강한 장점 하나가 있다기보다는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혀 있는 느낌의 은행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RBC(Royal Bank of Canada)는 캐나다 최대 규모 은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오래 살 계획이라면 한 번쯤 고려하게 되는 은행이기도 합니다. 최대 규모 은행답게 신용카드, 투자, 모기지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한 곳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지점도 많고 모바일 뱅킹도 안정적인 편이라 "주거래 은행"으로 오래 사용할 생각이라면 관심 있게 볼 만한 은행입니다.
CIBC는 유학생이나 워킹홀리데이 참가자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는 친숙한 은행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한국 커뮤니티에서도 CIBC 계좌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꽤 많이 볼 수 있는데, 신규 가입 프로모션을 자주 진행하기 때문에 첫 계좌를 개설할 때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바일 앱 사용성이 뛰어나고 학생 신분일 경우 혜택이 확대되기 때문에 유학생 이용자들 또한 많이 이용하는 은행 중 하나입니다.
BMO(Bank of Montreal)는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TD나 RBC만큼 자주 언급되지는 않지만, 실제 캐나다 현지에서는 이용자가 상당히 많은 은행입니다. 특히 미국 관련 금융 서비스가 잘 갖춰져 있어서 미국 여행이나 출장, 또는 미국 계좌 이용 계획이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기도 합니다.
Scotiabank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Scene+ 포인트입니다. 영화관, 쇼핑, 여행 예약 등에서 포인트 적립과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평소 포인트 혜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은행 선택에 포인트 혜택이 얼마나 중요할까 싶었지만, 캐나다에서는 신용카드와 포인트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계좌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제공되는 혜택까지 고려해서 은행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사실 어느 은행이 가장 좋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생활권 안에 지점이 있는지, 모바일 앱이 편한지,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체킹 계좌(Chequing Account) vs 세이빙 계좌(Savings Account)
캐나다에서 처음 계좌를 만들 때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것이 바로 Chequing Account와 Savings Account입니다.
체킹 계좌(Chequing Account)는 한국의 일반 입출금 통장과 가장 비슷한 개념입니다. 급여를 받고, 렌트비를 내고, 직불카드(Debit Card)로 결제하는 등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주계좌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반면 세이빙 계좌(Savings Account)는 저축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계좌입니다. 일반적으로 체킹 계좌보다 이자율이 높지만 생활비 결제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비상금이나 여행 자금, 목돈을 따로 모아두는 용도로 많이 활용합니다.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는 체킹 계좌 하나만 있어도 생활하는 데 큰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정착한 후에는 생활비와 저축 자금을 구분하기 위해 세이빙 계좌를 함께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요즘은 모바일 앱에서 계좌 간 이체가 몇 초 만에 가능하기 때문에 관리도 어렵지 않습니다.
학생 및 신규 가입 프로모션
은행을 선택할 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것이 바로 프로모션입니다.
캐나다 은행들은 학생이나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정 기간 계좌 수수료를 면제해 주거나, 조건을 충족하면 현금 보너스를 지급하는 프로모션도 자주 진행됩니다.
실제로 은행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수백 달러 규모의 현금 보너스를 제공하는 이벤트가 수시로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급여 계좌 설정이나 일정 기간 계좌 유지 같은 조건이 붙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유학생의 경우 학생 전용 계좌(Student Account)를 제공하는 은행들이 많은데, 일반적으로 계좌 수수료 면제와 같은 혜택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일반 계좌와 조건을 비교해 보고 자신에게 더 유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같은 은행이라도 계좌 종류에 따라 혜택과 수수료 조건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계좌를 개설하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한국과 다른 점
캐나다 생활을 하면서 가장 신기했던 금융 서비스 중 하나는 Interac e-Transfer였습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알아야 송금할 수 있지만, 캐나다에서는 이메일 주소나 휴대폰 번호만으로도 돈을 보낼 수 있습니다. 캐나다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친구에게 저녁값을 보내려고 했는데 친구가 계좌번호 대신 이메일 주소를 알려줘서 잠시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가장 자주 사용하는 기능 중 하나입니다.
Interac e-Transfer를 사용하다 보면 함께 듣게 되는 기능이 바로 Auto Deposit입니다. 일반적인 Interac 송금은 보안 질문과 답변을 입력해야 송금받은 돈을 계좌에 입금할 수 있지만 Auto Deposit을 설정해 두면 상대방이 송금한 돈이 자동으로 내 계좌에 입금됩니다. 캐나다에서는 친구들과 식사 비용을 나누거나 룸메이트와 렌트비를 정산할 때, 그리고 중고거래를 할 때도 현금보다 e-Transfer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안전을 위해 보안 질문을 설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송금을 자주 주고받다 보니 매번 질문과 답변을 입력하는 것이 생각보다 번거로웠고, 결국 Auto Deposit을 설정해 지금까지 편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놀랐던 점은 계좌 수수료 문화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입출금 통장을 유지하는 데 매달 비용을 낸다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았는데, 캐나다에서는 계좌 종류에 따라 월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신 일정 금액 이상을 계좌에 유지하면 수수료가 면제되는 경우도 많으니 계좌를 개설하기 전에 월 수수료 비용과 면제 조건을 각 은행별로 확인해 보면 예상치 못한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캐나다에 처음 정착할 때 어떤 은행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많지만, 막상 생활해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의 은행'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은행'을 찾는 것입니다. 계좌 수수료, ATM 접근성, 모바일 앱 사용 편의성, 그리고 진행 중인 프로모션 정도만 비교해 보더라도 훨씬 만족스러운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생소한 용어와 시스템 때문에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몇 번 사용해 보면 캐나다 금융 시스템에도 금세 익숙해질 것입니다.